부는 누구를 선택하는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과 같은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의 관점에서 생명세계를 바라본다. 개체는 죽지만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유전자는 자연선택을 통해 더 많이 복제되어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이러한 시각을 부에 적용해보자. 우리는 보통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질문을 뒤집어 “부는 어떤 사람에게 오래 머물며 가장 잘 증식하는가?”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유전자는 복제되는 과정에서 변이가 발생하고 그중 환경에 더 적합한 변이가 자연선택을 받아 더 많이 복제되면서 진화를 이어간다. 부도 이와 비슷한 선택과 축적의 과정을 거친다. 새로운 기술과 기업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중 생산성과 경쟁력을 갖춘 기술과 기업이 시장의 선택을 받아 새로운 가치와 수익을 창출한다. 그 수익이 다시 생산적인 자산에 투자되면 부는 복리로 증식한다.
역사적으로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기술은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구조를 바꾸며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오늘날에는 AI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생명이 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하듯이 부(wealth)도 혁신, 시장의 선택, 가치 창출과 재투자를 통해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도 자연에서 발견되는 선택과 축적의 원리와 닮은 꼴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하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 투자할 시간이 많이 남은 젊은 사람일수록 단기간에 부자가 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빠른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이 오히려 부자가 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데 있다. 단기매매, 예측과 전망에 의한 매매, 레버리지 ETF투자는 몇 번의 성공은 가능하지만 한 번의 큰 실패가 그동안 축적한 성과뿐 아니라 다시 투자할 기회까지 빼앗을 수 있다. 한두 번 큰 수익을 얻는 것과 부자가 되는 것은 다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가치가 늘어나는 자산에 투자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복리의 효과를 누려야 한다.
젊은 투자자에게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는 금융상품의 배수가 아니라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이다. 금융상품 레버리지는 수익과 손실을 함께 확대하지만 시간의 레버리지는 생산적인 자산이 만들어내는 성과를 장기간 축적한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부를 쫓는 것이 아니라 부가 오래 머물며 증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급등락 속에서 큰돈을 번 사람도 있을 것이다. 축하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투자 성과는 한 번의 승부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투자 원칙이 오랜 시간 유지된 결과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성공투자의 조건을 “방향”과 “시간”으로 설명해왔다. 방향은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로서 논리의 영역이다. 시간은 투자한 이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변동성을 견디는 문제로서 감정의 영역이다.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더라도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복리의 결실을 얻을 수 없다. 자본시장이 발전하면서 투자자에게 더 많은 선택과 자유를 제공하는 금융상품과 제도가 등장한다. 이는 분명 자본시장의 발전이다. 그러나 선택의 자유가 커질수록 투자자의 책임과 절제도 그만큼 중요해진다.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감정에게는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기회가 아니라 더 잦은 거래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유혹이 될뿐이다.
그렇다면 부는 누구를 선택하는가. 부는 좋은 방향(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과 기업)에 투자하며 치명적인 손실을 피하고 시장의 변동성을 견뎌낸 사람에게서 비로소 복리로 성장한다. 빠른 수익을 좇는 사람에게 부는 잠시 머물 수 있지만 방향을 잃지 않고 시간을 견디는 사람에게는 세대를 넘어 이어질 자산이 된다. 최근 주식시장의 급등락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고 원칙을 지키며 변동성을 견뎌낸 사람은 이제 자신이 다시 부를 축적하는 길 위에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의 경과를 기다릴 수 있는 또 한번의 훈련이 되었을 것이다.
부는 가장 빨리 달리는 사람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장 오래 살아남는 사람에게서 복리로 성장한다.
August 23, 2026 1.2K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