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택시의 AI 광고는 일본 기업의 불안을 상영한다
나는 매달 도쿄에 간다. 갈 때마다 택시 뒷좌석에서 같은 인상을 받았다. 화면을 몇 분 보고 있으면 광고의 절반쯤이 AI처럼 느껴진다.
사내 문서를 찾아주는 AI. 영업할 회사를 골라주는 AI. 채용 후보를 추천하고 부동산 데이터를 정리하는 AI. 소비자가 가지고 노는 AI보다 회사가 사야 할 AI가 훨씬 많다. 택시를 탄 게 아니라 B2B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잘못 들어온 기분이다.
이번에는 그냥 넘기지 않고 택시 안에서 에이전트 라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일본 택시에 나오는 광고들 좀 찾아봐.”
곧이어 라온이 답했다. 공개된 캠페인들을 기준으로 보면 62.5%가 기업용 AI 서비스였다고 했다. 내가 매달 받은 인상이 완전한 착시는 아니었던 셈이다.
실제 제품과 고객을 가진 회사들이 도쿄의 택시를 골라 광고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율보다 더 흥미로운 건 광고들이 한결같이 같은 말을 한다는 점이었다.
당신의 조직은 정보를 못 찾고 있습니다. 고객을 놓치고 있습니다. 사람을 잘못 뽑고 있습니다. 판단이 늦습니다.
제품은 달라도 진단명은 하나였다.
당신의 회사는 아직 너무 인간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광고가 전철역도, 번화가의 전광판도 아닌 택시 안에 몰렸을까.
도쿄에는 싸고 촘촘한 철도망이 있다. 택시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서울이라면 별 고민 없이 택시를 잡을 거리도 도쿄에서는 전철을 탈지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 가격을 내고 택시에 앉는 순간 승객은 이미 한 번 걸러진다. 회사 비용으로 회의 사이를 움직이는 사람, 출장자, 시간을 요금보다 비싸게 쓰는 전문직과 임원들이다.
택시 광고는 관심사를 추적하기 전에 시간의 가격부터 묻는다. 택시비 자체가 타겟팅 필터다.
그렇게 선별된 사람이 한 팔 거리의 화면과 마주 앉는다. 다른 광고가 끼어들 자리도 별로 없다. 기업용 AI는 수많은 사람이 한 번씩 사는 물건이 아니다. 예산을 가진 한 사람이 이름을 기억했다가 사무실에서 검색하고 회의 안건에 올리면 된다. 고객 한 곳의 계약이 크니, 광고주는 많은 눈보다 비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눈을 찾는다.
도쿄 택시는 대중매체처럼 보이지만 대중을 버려서 강해진 매체다.
일본 회사의 구매 방식도 이 작은 화면에 유리하다. 새로운 업무 도구는 한 사람의 충동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상사와 관련 부서, 보안과 예산을 차례로 통과해야 한다. 이름을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스타트업은 기능을 설명하기도 전에 멈춘다.
“그 회사, 택시에서 계속 봤는데.”
이 말이 성능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낯선 회사를 회의에 올릴 수 있는 회사로 바꾼다. 택시 광고는 제품을 파는 동시에 아직 없던 예산 항목을 회사의 머릿속에 설치한다.
이쯤에서 이상한 반전이 생긴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AI를 더 열심히 쓰는 것도 아니다. 같은 국제조사에서 생성형 AI를 써봤다는 일본인의 비율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택시 화면은 대중의 현재를 보여주는 거울이 아니다. 기업의 다급함을 먼저 틀어주는 예고편이다.
일본의 인구는 줄고, 사람을 구하기는 어렵고, 회사 안에는 오래된 방식이 남아 있다. 개인에게 AI는 아직 안 써본 신기술일 수 있다. 기업에는 채용하지 못한 사람, 줄이지 못한 야근, 퇴사자와 함께 사라진 노하우의 빈자리를 메울 후보다. 대중이 아직 충분히 원하지 않으니 공급업체들은 오히려 더 크게 외친다. 아직 시장의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면을 제품별로 읽으면 사내검색, 영업, 채용, 조사가 보인다. 불안별로 읽으면 전혀 다른 지도가 나타난다.
문서가 너무 많다. 고객을 못 찾겠다. 좋은 사람을 놓칠까 두렵다. 담당자가 떠나면 지식도 사라진다.
광고주는 AI를 팔고 있었지만 화면에 진열된 것은 일본 기업이 돈을 내서 없애고 싶은 지연이었다.
그때 화면 아래의 미터기가 눈에 들어왔다. 미터기는 도로에서 잃은 시간을 엔화로 바꾼다. 바로 위 광고는 회사 안에서 잃은 시간을 구독료로 바꾼다. 회의록을 찾는 십 분, 영업 명단을 고르는 반나절, 결재자를 기다리는 사흘. 도쿄 택시는 시간을 잃는 가격과 시간을 되사는 가격을 한 화면에 보여주고 있었다.
본질을 바라보면, 이곳은 광고판보다 노동력의 선물시장에 가깝다. 일본 기업은 오지 않는 직원을 기다리는 대신, 앞으로 부족해질 사람의 몫을 AI로 미리 계약한다. 스타트업은 미래의 노동을 잘게 나눠 월 구독으로 팔고, 택시는 그 계약서에 서명할 만한 사람을 골라 도시를 달린다.
언젠가 회사의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고르게 되면 이 풍경도 사라질지 모른다. AI 회사들은 인간 임원을 찾아 광고하는 대신 구매 권한을 가진 AI에게 가격과 보안, 실제 성과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광고의 관객이 기계로 바뀌는 날, 오늘의 뒷좌석 화면은 가장 미래적인 제품들이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인간의 불안을 찾아다니던 시대의 유물이 된다.
다음 광고가 시작됐다.
“아직도 그 업무를 사람이 하고 있습니까?”
택시는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화면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보다 일본 기업들이 무엇에서 도망치고 싶은지를 더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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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August 17, 2026 2K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