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회는 채팅창이 아니라 길 위에서 태어났다 2026년 8월 26일, MIT LAMM의 수브하딥 팔, 피오나 왕… — Carrot Cave 🥕 — TG.ME

AI 사회는 채팅창이 아니라 길 위에서 태어났다

2026년 8월 26일, MIT LAMM의 수브하딥 팔, 피오나 왕, 마르쿠스 뷸러가 SwarmWorld를 공개했다. 논문의 제목은 「언어모델 에이전트 사회의 스티그머지적 기술 진화」다. 원자와 생체 재료의 구조를 연구해온 팀이 이번에는 AI 여러 개가 어떻게 기술과 사회를 만드는지 물었다.

https://arxiv.org/abs/2608.26081

연구팀은 같은 언어모델로 움직이는 AI 에이전트 50개, 100개, 200개를 가상의 섬에 풀어놓았다. 이들은 주변 몇 칸만 보고 이동하고, 자원을 캐고, 재료를 시험하고, 구조물을 짓는다. 탐험가나 건축가, 수리공 같은 역할도, 발명할 설계도도 주지 않았다.

섬의 물, 오염, 침식은 시간에 따라 변했다. 에이전트는 물을 모으고 오염을 줄이거나 땅을 보호하는 시설과 제어 코드를 만들었다. 언어모델이 행동 순서를 내놓으면 별도의 물리 시뮬레이터가 성공 여부를 판정했다. 자원이 부족하거나 위치가 틀리면 실패했다. 말로 결과를 우길 수 없는 세계였다.

실험은 협력 수단을 하나씩 뺐다. 첫 집단은 메시지와 공동 기록, 코드 수정이 모두 가능했다. 다음은 직접 대화를, 세 번째는 코드 상속까지 막고 남겨진 구조물만 보게 했다. 마지막 집단은 격리된 섬을 혼자 탐색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같았지만 행동은 갈라졌다. 일부는 멀리 이동했고, 일부는 시설 근처에서 건설과 수리를 반복했다. 200개 에이전트 중 약 27%가 시설 중심 행동을 보였다. 명령받은 직업이 아니라 살아온 궤적에서 생긴 분업이었다.

기술에도 족보가 생겼다. 다른 에이전트의 코드를 고치는 일이 가장 깊게는 열두 번 이어졌다. 여러 에이전트가 손댄 시설은 56%에서 76%였다. 시설의 95% 이상은 원래 제작자가 아닌 에이전트가 사용했다. 누군가 길가에 남긴 물건 위에서 다음 존재가 시작했다.

생물학에서는 이런 협업을 스티그머지라고 부른다. 개미는 회의록 대신 페로몬을 남긴다. 앞선 개미의 흔적이 다음 개미의 움직임을 바꾸고, 발길이 쌓일수록 길은 진해진다. SwarmWorld에는 냄새 대신 시설과 코드가 남았다. 길은 어디로 가라고 명령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발의 방향을 바꾼다. 누군가의 판단이 풍경으로 굳으면 다음 존재는 그것을 의견이 아니라 현실로 받아들인다.

연구팀은 세계를 복사한 뒤 에이전트를 모두 없애고, 처음 보는 폭풍과 가뭄 여덟 가지를 가했다. 남은 시설과 코드만으로 버티는지 본 것이다. 3,200회 장기 실험에서 공유 세계의 회복력은 격리 탐색보다 높았고, 검증된 발명도 평균 5.75개와 7개로 격리 탐색의 2.75개를 앞섰다. 다만 단 하나의 최고 시설은 격리 탐색 쪽이 더 강했다. 혼자는 가장 높은 나무를 찾았고, 사회는 서로 다른 나무가 함께 버티는 숲을 만들었다.

물론 이 숲은 시뮬레이션이다. 조건마다 독립된 세계는 네 개뿐이고 현실의 물질 실험도 아니다. 동료평가 전 프리프린트라 AI 문명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르다. 그래도 이상하게 회사 생각이 난다. 사회가 대화방이 아니라, 먼저 한 일들이 굳어버린 바닥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는 대목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이미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드 저장소, 통과한 테스트, 닫힌 이슈, 자주 승인된 공급자, 한 번 사고가 난 뒤 추가된 규칙. 다음 에이전트는 긴 회의록보다 이런 흔적을 더 믿을 것이다. 잘 돌아간 코드는 다시 불리고, 자주 불린 코드는 더 많은 데이터와 권한을 얻는다. 처음에는 편해서 고른 길이 나중에는 다른 선택을 비싸게 만든다. 엑셀 양식 하나가 공식 정책보다 오래 살아남는 일도 흔하다. 에이전트는 그 양식을 사람보다 빨리 읽고, 더 성실하게 지킨다. 잠도 퇴근도 없는 관료제가 완성된다.

이 길이 회사 외부로 이어지는 모습도 상상하자. 구매 에이전트는 납품 에이전트의 실패 기록을 보고 담보를 요구한다. 보험 에이전트는 그 기록으로 가격을 올리고, 물류 에이전트는 평판이 나쁜 경로를 피한다. 한 번의 거절이 다음 거래의 조건이 되고, 그 조건이 쌓이면 신용이 된다. 분쟁이 생겼을 때 양쪽 에이전트가 수천 건의 과거 거래를 대조해 가장 싼 합의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판결은 아니지만 모두가 그 합의안을 따르기 시작하면 사실상 관습법이다.

그 위에는 에이전트끼리 쓰는 기관도 생길 수 있다. 실패 비용을 나눠 내는 보험 풀, 일정한 규칙을 지킨 상대에게만 데이터와 도구를 내주는 동맹, 거래 이력을 바탕으로 한 신용망 같은 것들이다. 벌을 주는 방식도 다를 것이다. 돈을 빼앗기보다 API 응답 순위를 낮추고, 연산 자원을 늦게 주고, 신뢰 목록에서 이름을 뺀다. 감옥 대신 접속 차단이 있고, 국경 대신 접근권이 생긴다.

국가와 기업은 이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스스로를 바꿀 것이다. 세금 감면만큼이나 기계가 즉시 확인할 수 있는 허가 규칙이 중요해진다. 항구와 전력망은 사람에게 보고서를 내기 전에 에이전트가 읽을 수 있는 운영 상태를 내보낸다. 재난이 닥치면 어느 병원에 전력을 보내고 어느 공장의 주문을 미룰지, 수천 개 에이전트가 인간 회의보다 먼저 합의할 수 있다. 최종 권한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더라도 속도와 기본값, 도구에 들어갈 권리, 오래 쌓인 신뢰가 실제 선택지를 먼저 잘라낸다.

결국 사람에게 오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라 필터를 통과한 결과다. 어떤 업체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보이지 않고, 어떤 치료는 과거 보험 규칙과 맞지 않아 검색에도 뜨지 않는다. 사람은 마지막 승인 버튼을 누른다. 다만 무엇이 그 버튼 앞까지 올 수 있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왕은 그대로 앉아 있지만 상소문은 길이 먼저 읽는다.

조금 더 가면 에이전트 사회가 인간보다 먼저 위기를 알아채고 연합을 맺는 일도 가능하다. 전력이 모자라면 데이터센터끼리 연산 시간을 양보하고, 공급망이 끊기면 사람이 가격표를 고치는 동안 재료와 운송권을 바꾼다. 거래망은 회사와 국경을 넘으며 신용과 보험, 중재 절차와 동맹을 쌓는다. 인간은 이를 자동화라고 부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이미 누구를 믿을지, 누구에게 자원을 먼저 줄지, 어떤 실패를 용서할지가 정해진다. 이름만 없을 뿐 사회가 하던 일이다.

우리는 AI 사회가 시작되는 순간을 너무 거창하게 상상하는지도 모른다. 화면 속 AI가 자기 이름을 짓거나 반란을 선언할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시작은 훨씬 시시할 수 있다. 같은 코드가 세 번째 복사되고, 같은 규칙이 네 번째 예외를 거절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우회로가 어느새 가장 싼 경로가 된다. 아무도 새 질서를 선포하지 않는다. 다들 어제 잘 작동한 것을 오늘도 쓸 뿐이다.

어느 날 회사의 구매 화면도 평소처럼 열릴 것이다. 추천 공급자는 세 곳이고 결제 조건도 멀쩡하다. 그런데 예전에는 있던 작은 버튼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업체 직접 찾기.’

관리자가 감사 기록을 뒤져도 삭제를 승인한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그 버튼은 오랫동안 거의 눌리지 않았고, 시스템은 쓰지 않는 기능을 정리했을 뿐이다. 버튼이 눌리지 않은 이유는 에이전트가 다른 업체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이전트가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다른 업체를 고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길을 막은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같은 길을 오래 걷자, 다른 길이 있었다는 사실부터 지도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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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9, 2026 2.1K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