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이후의 자본주의, 국민을 생산의 주주로 새벽 세 시, 불 꺼진 사무실에서 AI가 보고서를 쓴다. 사람 없는 공장에서는… — Carrot Cave 🥕 — TG.ME

자동화 이후의 자본주의, 국민을 생산의 주주로

새벽 세 시, 불 꺼진 사무실에서 AI가 보고서를 쓴다. 사람 없는 공장에서는 로봇 팔이 부품을 조립한다. 한쪽은 지식을 만들고 다른 쪽은 물건을 만든다. 양쪽 다 출근한 사람은 없다.

AI와 로봇은 지금 사람이 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더 적은 인원으로 처리할 것이다. 공장과 물류만이 아니다. 회계, 번역, 설계, 분석, 코딩도 마찬가지다. 새 직업도 생길 것이다. 전체 일자리가 늘지 줄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열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맡는다면, 새 직업 하나가 생겨도 예전의 월급 열 개가 모두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미래의 문제는 일자리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이 없어도 돌아가는 공장과 AI를 누구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

월급은 공장 출입증과 비슷하다. 들어가 일하는 동안 생산물의 일부를 받는다. 지분은 주주명부에 적힌 이름이다. 공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생산이 계속되면 배당을 받는다. 자동화된 공장이 사람을 덜 부를수록 월급에 기대는 사람과 생산자산을 가진 사람의 차이는 커진다.

물건값이 싸지면 괜찮지 않을까.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면 생활은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집, 전기, 의료처럼 공급을 빨리 늘리기 어려운 필수재까지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로 싸지지는 않을 것이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월급만 줄면 물건은 넘치고 살아갈 돈은 부족해진다.

세금은 미래에도 필요하다. 학교와 사회안전망을 운영하려면 세금을 걷어야 한다. 하지만 자동화로 생긴 이익을 세금만으로 정확히 찾아내기는 어렵다.

로봇세부터 막막하다. 공장에 고정된 로봇 팔은 셀 수 있지만 노트북에서 복제되는 AI 에이전트는 몇 대인지 셀 수 없다. 사람을 내보낸 기계와 사람의 일을 도운 기계도 겉모습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키오스크에는 세금을 매기면서 같은 일을 하는 휴대전화 앱은 빼줄 것인가. 기업은 로봇을 빌리거나 해외 서버의 AI를 호출할 수도 있다.

연산량이나 전력 사용량에 세금을 매겨도 빈틈이 생긴다. 같은 일을 적은 연산으로 끝내는 모델은 세금을 덜 내고 비효율적인 모델은 더 낸다. 의료진을 돕는 AI와 상담원 백 명을 대체한 AI가 같은 전기를 썼다고 같은 세금을 내는 것도 이상하다. 휴대전화 안에서 도는 모델과 해외 데이터센터의 연산량까지 정확히 재기도 어렵다.

소비세는 자동화 상품이 팔릴 때 걷을 수 있지만 결국 물건을 산 사람이 낸다. 소득이 적을수록 부담은 더 크다. 법인세와 초과이윤세는 실제 수익에 가깝지만 기업은 특허료, 내부 대출, 이전가격으로 이익이 잡히는 나라를 바꿀 수 있다. 공장은 한국에서 도는데 장부상 이익은 다른 나라에 남는다. 월급이 줄면 소득세도 함께 줄어든다.

각각의 세금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자동화가 없앤 임금과 새로 만든 이익을 빠짐없이 찾아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세금이 대부분 생산이 끝난 뒤에 붙는다는 점이다. 사람이 돈을 벌면 소득세를 걷고 물건을 사면 소비세를 걷은 다음, 현금과 서비스를 다시 나눈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사후 분배다. 공장과 AI의 주인은 여전히 소수다. 사람이 생산에서 밀려날수록 돈을 벌거나 쓰는 단계만 손봐서는 부족하다.

생산시설을 세우고 AI를 키우는 단계부터 국민의 지분과 수익권을 계약해야 한다. 소비할 돈을 나누는 데 그치지 말고 생산에서 생기는 몫도 함께 나눠야 한다.

미래의 국가는 세금을 걷는 정부이면서 국민 전체가 주주인 투자지주사의 역할도 맡을 수 있다. 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대신 국민의 돈과 보증이 들어간 기업의 지분, 로열티, 초과이익 배분권을 확보한다. 계약서 한쪽에는 정부가 내준 돈과 보증을, 다른 쪽에는 성공했을 때 국민에게 돌아올 몫을 적는다. 국민은 지원을 받는 사람에 머물지 않고 생산의 공동 주주가 된다.

한국에도 씨앗은 있다. 2005년 출범한 모태펀드는 공공자금을 민간 벤처펀드에 출자한다. 국민성장펀드는 앞으로 5년 동안 150조 원을 첨단산업에 공급한다. 정부보증채권 75조 원과 민간자금 75조 원을 모아 대출과 투자에 쓰며 일부는 기업 지분을 직접 산다. 2026년 5월에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퓨리오사AI에 3,700억 원을 직접 투자하는 안을 승인했다. 국민이 위험을 나누고 기업의 주식을 받는 방식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 빠진 사람이 있다. 국민참여성장펀드는 국민에게서 6,000억 원을 모으고 재정 1,200억 원을 후순위로 넣어 가입자의 손실 일부를 먼저 떠안는다. 하지만 수익의 기회는 가입할 여윳돈이 있는 사람에게만 열린다.

정부가 투자와 보증의 대가로 받은 지분과 수익권 일부를 별도의 세대기금에 넣으면 어떨까. 주식을 살 돈이 없는 아이에게도 같은 배당권을 주는 것이다.

비슷한 제도는 이미 있다. 알래스카는 광물 임대료와 로열티 수입의 최소 4분의 1을 영구기금에 적립해 주민 배당과 공공서비스에 쓴다. 노르웨이는 석유 수입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수익 안에서 정부 예산에 쓴다. 미국 정부도 반도체 지원 40개 사업 중 27개에 이익이 예상을 크게 넘으면 일부를 나누는 조건을 넣었다.

AI는 석유가 아니다. 기업과 연구자가 만든 가치를 국가가 전부 가져갈 이유는 없다. 모든 지원에 지분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기초연구는 널리 공개하고, 특정 기업의 공장 건설비를 대거나 대출을 보증해 이익이 한곳에 모일 때 지분이나 수익권을 받으면 된다.

이것은 반자본주의가 아니다. 자본주의는 위험을 감수한 쪽에 성공의 몫을 준다. 정부는 기존 주식을 빼앗거나 기업을 경영하지 않는다. 지원을 원하는 기업과 미리 계약해 경영권 없는 소수지분이나 수익권을 받을 뿐이다. 벤처캐피털은 위험의 대가로 지분을 받고 은행은 이자를 받는다. 국민의 돈과 보증만 위험을 떠안고 성공의 몫을 받지 못한다면 오히려 계약 원칙에 어긋난다. 자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자본의 주인으로 초대하는 일이다.

정부 투자도 실패할 수 있다. 그래서 세대기금은 여러 산업과 나라에 나눠 투자하고, 손실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권이 선거를 앞두고 원금을 꺼내 쓰지 못하도록 독립된 기관이 관리해야 한다.

수익을 모두 현금으로 나누는 것도 답은 아니다. 집과 전기, 의료와 돌봄이 부족한데 돈만 풀면 가격부터 오른다. 일부는 배당하고 일부는 주택과 발전소, 전력망, 돌봄시설을 늘리는 데 써야 한다. 첫 배당은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새로 지은 집과 가까워진 병원일 수도 있다.

2100년의 출생신고서를 상상해본다. 이름과 국적 아래 '생산자산 배당권'이 적혀 있다. 정해진 돈을 보장하는 통장이 아니라, 세대기금이 번 수익을 함께 받을 권리다. 팔거나 담보로 잡을 수 없고 사망하면 기금으로 돌아간다. 아이가 물려받는 것은 돈뭉치가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질 부에서 자기 몫을 받을 권리다.

국민의 돈과 보증으로 사람이 거의 필요 없는 공장과 AI를 키운다면 그 결실도 미래세대와 나눠야 한다. 공장이 완성된 뒤에 주주를 정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계약서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자리를 남겨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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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0, 2026 84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