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블랙을 불렀는데 중국차가 왔다
포르쉐 911 터보 S보다 출력이 두 배 센 차를 1억 원 안팎에 살 수 있다면, 어느 나라 차일까.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가 만든 Z다. 1,582마력. 시속 100km까지 1.96초. 최고속도는 시속 350km다. 충전에는 9분이 걸린다. 정말 놀라운 것은 가격. 중국 현지 예상 가격은 40만~5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8천만~1억 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차와 포르쉐를 한 문장에 넣으면 농담처럼 들렸지만, 어느새 둘은 같은 표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덴자는 911부터 겨눴다. 아래에서 천천히 올라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선전에서 본 풍경이 떠올랐다. 백화점 1층에 전기차 매장이 줄지어 있었다. 명품 가방과 화장품이 있을 자리에 NIO, XPeng, Li Auto의 차가 서 있었다. 밥을 먹고 걷다가 차 문을 열어보고 운전석 화면을 만졌다.
그들은 자동차를 사려면 대리점까지 찾아가야 한다는 오랜 습관을 없애버렸다. 주말마다 가족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곳의 입구에 자동차를 가져다 놓았다. 살 생각이 없던 사람도 앉아보고, 화면을 넘겨보고, 옆 매장의 차와 비교했다.
초기 스마트폰도 그랬다. 사람들은 통신 기술을 공부해서 아이폰을 산 게 아니었다. 매장에서 손으로 만져본 뒤 다음 휴대전화의 기준이 바뀌었다. 중국 전기차도 비슷한 길을 가는 듯했다. 설명보다 먼저 손에 닿고, 익숙해진 뒤 지갑을 노린다.
중국 차 안에 넣는 기능이 낯설었다. 화웨이와 세레스가 만든 AITO M9에는 뒷좌석용 프로젝터와 32인치 전동 투사막이 들어간다. 화면을 붙여놓은 게 아니다. 천장에서 막이 내려오고 좌석과 조명, 선셰이드가 영화관처럼 바뀐다. 냉장과 온장이 모두 되는 냉장고도 있다.
샤오펑 X9은 3열을 바닥 아래로 전동 수납한다. 일부 모델은 2열 좌석을 돌려 서로 마주 보게 한다. 양왕 U8은 네 바퀴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제자리에서 회전한다. 침수됐을 때는 일정 시간 물에 떠서 천천히 탈출할 수도 있다. BYD는 차 지붕에서 드론이 이륙해 차량을 촬영하고 돌아와 충전하는 장치까지 상품으로 내놨다.
대형 화면과 냉장고 자체는 독일과 일본 고급차에도 있다. 중국차가 놀라운 이유는 그 기능들을 다루는 태도다. 가죽과 목재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차 안을 영화관과 거실, 침실로 바꾸고 차 밖에는 드론까지 붙인다. 고급차를 잘 만든 자동차보다 무엇이든 해보는 공간으로 보고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도 전기차를 잘 만든다. 충전과 전비에서 강하고 세계 곳곳에 공장과 정비망도 있다. 다만 현대차가 먼저 내세웠던 800V 충전은 중국 신차에서도 빠르게 흔해지고 있다. 오늘의 자랑거리가 내년에는 기본 사양이 되는 시장이다.
여기에 중국 AI가 붙기 시작했다. DeepSeek와 Qwen 같은 오픈웨이트 모델은 자동차 회사가 직접 가져와 줄이고 고칠 수 있다. 차량 설명서를 익히게 하고, 중국어 음성 명령과 정비 기록에 맞춰 다시 훈련할 수도 있다. 남의 API가 열리기를 기다릴 이유가 줄어든다.
BYD와 지리 같은 업체들은 이미 DeepSeek를 차량 시스템에 연결하겠다고 나섰다. 먼저 바뀌는 곳은 운전석 화면과 음성비서다. 중국의 몇몇 양산차에서는 음성 명령 하나로 좌석을 눕히고 창문을 닫고 조명과 공조, 영상을 함께 바꾸는 기능도 쓴다. AI가 말을 잘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차 안의 물건을 움직인다.
중국차에는 AI가 움직일 수 있는 물건이 유난히 많다. 프로젝터와 냉장고, 회전 좌석, 전동 도어가 이미 소프트웨어에 연결돼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사용자의 말을 이런 장치의 동작으로 번역한다. 차가 많이 팔릴수록 어떤 명령을 못 알아들었는지 배우고, 다음 업데이트에서 다시 고칠 기회도 많아진다.
비슷한 기분을 아부다비에서 자주 느낀다. 나는 거의 매달 UAE에 가는데, 언제부턴가 일반 우버를 부르면 렉서스나 BMW가 오고, 우버 블랙을 부르면 중국산 전기차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몇 번 반복되니 묘했다. 언제부터 중국차가 우버 블랙에 오는 차가 됐을까.
운송회사는 자동차 잡지처럼 차를 평가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굴렸을 때 얼마가 남는지 본다. 차값, 전기료, 보증 기간, 수리하는 동안 서 있는 시간을 계산한다. 승객이 문을 열었을 때 실내가 충분히 넓은지도 본다. 그 계산에서 중국 전기차가 선택되고 있었다.
덴자 D9 같은 차가 딱 그렇다. 토요타 알파드가 오래 지켜온 의전용 미니밴 자리에 훨씬 낮은 가격과 화려한 2열 좌석으로 들어간다. 중국차를 사겠다고 결심한 적 없는 사람도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동안 한 시간쯤 타게 된다. 판매원이 붙지 않는 시승이다. 거부할 이유도, 긴장할 이유도 없다.
이렇게 확장중인 중국 자동차의 생태계적 브랜딩은 어느새 빈 틈이 없어지고 있다. 슈퍼카 덴자 Z가 1,582마력으로 사람을 돌아보게 만든다. D9은 말없이 공항에 기다리고 있다. 한쪽은 포르쉐와 비교되며 이름을 알리고, 다른 쪽은 승객의 몸으로 그 이름을 기억하게 한다.
자동차 브랜드는 오랫동안 광고와 모터쇼, 레이싱으로 만들어졌다. 이제는 호출 앱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차를 기억하게 만든다. 내가 차를 고르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먼저 태워준다. 뒷좌석 화면이 내 말을 알아듣고 필요한 것을 찾아주면 낯선 엠블럼은 금방 덜 낯설어진다.
그다음 장면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호텔 앞에는 덴자와 지커가 줄을 선다. 쇼핑몰에서는 샤오미 자동차의 새 AI 기능을 만져본다. 집에서는 같은 회사의 휴대전화와 가전이 차에 이어진다. 아이는 큰 화면과 말이 통하는 차를 기억하고, 부모는 조용했던 공항 이동을 기억한다. 몇 년 뒤 차를 살 때 어느 나라 차인지보다 지난번에 얼마나 편했는지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이런 속도로 진화하는 중국 전기차 생태계에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경쟁할 수 있을지 걱정될 때가 많다.
다음에 아부다비에서 우버 블랙을 부르면 어떤 중국차가 올까. 나는 차 문을 열기 전에 엠블럼부터 확인할 것이다. 벌써 그들의 방식대로 새 브랜드를 배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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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July 19, 2026 4.9K 5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