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은 "21세기_투자법"입니다.
(2026.08.30)
이제 제가 왜 <이효석의 21세기 투자법>이라는 책을 쓰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https://vo.la/NWrGHLm
책 제목을 정하면서 가장 오래 고민했던 것은 사실
‘투자법’이 아니라 ‘21세기’라는 단어였습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투자자를 한 사람만 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 워런 버핏을 떠올릴 겁니다.
저 역시 버핏을 정말 존경합니다.
그의 책을 수도 없이 읽었고,
직접 오마하까지 가서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워런 버핏의 투자법만으로도
우리는 21세기에 성공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까?"
제 답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였습니다.
버핏의 원칙이 틀려서가 아닙니다.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가 빅테크라고 부르는 기업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를 비롯한 거대한 기술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불과 2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20조 넘게 커졌습니다.
특히 ChatGPT 등장 이후 몇 년 동안
엔비디아 한 기업에서 만들어진 가치만 $4.8조입니다.
웬만한 국가 경제 규모와 비교할 정도가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보다 속도입니다.
20세기의 투자자들은 주로 ‘가격의 변화’를 고민했습니다.
좋은 기업의 가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시장이 공포에 빠져 가격이 그 가치보다 크게 낮아졌을 때 사는 것.
이것이 가치투자의 중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물론 이 원칙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추가됐습니다.
가격뿐 아니라 가치 자체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AI와 우주, 로봇처럼 새로운 산업에서는 몇 년 사이 기업의 시장이 몇 배씩 커지고,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업모델이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단순히 ‘얼마에 사야 하는가’만 고민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무엇의 가치가 얼마나 커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21세기 투자의 가장 중요한 변화입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리턴 투 스페이스]를 보면서 이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는
NASA가 모든 우주개발을 직접 담당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반대도 컸습니다.
기업이 우주개발을 장악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기업이 달의 자원을 먼저 차지하고, 수많은 위성을 통제한다면
그것을 과연 정부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였습니다.
지금 보면 그 질문은 꽤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아 스페이스X라는 기업이
우주산업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AI와 우주와 로봇의 시대에는
기업의 힘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수준까지 커질 수도 있겠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철도와 석유, 통신이라는 새로운 인프라가 등장했을 때
기업의 힘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이나 AT&T처럼 너무 거대해진 기업을
결국 정부가 나서서 강제분할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와 비슷한 역사의 초입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번에는 철도나 석유가 아니라 AI와 우주와 로봇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자 역시 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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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제가 워런 버핏의 투자법이
이제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제가 투자 강의를 할 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투자를 잘하는 방법’과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은 다르다.
어떤 AI 주식을 사야 하는지, 어떤 산업이 성장하는지,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분석하는 것은 ‘투자를 잘하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탐욕에 휩쓸리지 않는 법, 공포 속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법,
긴 시간을 견디는 법, 손실을 받아들이는 법은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입니다.
후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워런 버핏에게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인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손실을 싫어하고, 이익이 나면 빨리 팔아버리고 싶어 하고,
남들이 사면 따라 사고 싶어 합니다.
군중 속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인간의 본성은 20세기에도 그랬고 21세기에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투자는 끊임없이 그 본성과 싸우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앞부분에는 ‘변하지 않는 것’을 먼저 담았습니다.
인간의 본성, 복리, 기업의 이익, 가치라는 개념처럼
투자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들입니다.
그 위에 ‘변하는 것’을 올렸습니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지정학의 변화,
금리와 화폐질서의 변화, 그리고 AI라는 거대한 기술혁명입니다.
저는 이것을
‘변하지 않는 반석 위에 새로운 시대를 향한
나침반을 올려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AI에 관한 부분은 쓰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AI는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중요해 보였던 기술이 몇 달 뒤에는 평범해지고,
새로운 모델과 반도체, 새로운 사업모델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최신 AI 뉴스들을 잔뜩 담는 방식으로는
책의 수명이 너무 짧아질 것 같았습니다.
대신 저는 AI 혁명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전기와 칩, 데이터와 모델이 결합해
결국 ‘지능’을 생산하는 시대가 열렸을 때
경제적 가치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병목은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AI시대에도 해자가 있다면, 그 것은 무엇일까?
닷컴 혁명과 모바일 혁명, AI 혁명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가?
저는 AI가 버블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에는 ‘AI 버블에서 살아남는 법’을 담았습니다.
하워드 막스의 글을 토대로 버블을 판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정리했습니다.
혁명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명의 한가운데에서 살아남는 것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제가 자신감을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제가 지난 20년 동안 서로 다른 자리에서 투자를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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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에는 돈을 직접 굴렸습니다.
기업은행 자금운용부 딜링룸에서 환율과 채권, 금리와 주가지수옵션, 주식을 접했고
이후에는 헤지펀드 매니저로 직접 주식을 운용했습니다.
직접 운용을 해보면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돈을 잃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확신이 틀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공포에 빠진 시장에서 어떤 실수를 하게 되는지를 몸으로 경험합니다.
제가 지금 투자자들에게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도 대부분 제가 먼저 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이 틀려봤기 때문입니다.
운용을 그만둘 무렵 저는 꽤 겸손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사람이 가장 많이 성장하는 순간은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할 때가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 깨달았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2) 이후, 애널리스트가 되어 기업과 산업, 경제와 시장을 다시 공부했습니다.
운용이 저에게 시장을 ‘경험’을 줬다면,
리서치는 세상을 ‘분석하는 법’을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3)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경험 역시 제 투자관을 크게 바꿨습니다.
투자를 잘하는 사람과 투자를 잘 설명하는 사람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보면 무엇에서 막히는지가 보입니다.
나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인데 상대방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40조 달러라는 숫자가 잘 와닿지 않는다면 4억 원으로 바꿔 설명해봐야 하고,
ROE라는 단어가 어렵다면
결국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 지부터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지난 6년 동안 콘텐츠를 만들면서 제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도 이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 역시 그런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4) 마지막으로 제가 직접 사업을 해본 경험도 책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예전 애널리스트 시절에는 기업을 찾아가 ROE가 낮으면 쉽게 이야기했을 겁니다.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면 되지 않습니까?”
“배당을 늘리면 되지 않습니까?”
투자자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직접 회사를 운영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해야 하고,
언제 어떤 위기가 닥칠지도 모릅니다.
그 상황에서 회사의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높은 ROE를 유지한다는 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때로는 경영자의 용기와 자신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돈을 돌려주고도 다시 벌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사업을 해보니 기업을 보는 눈도 달라졌고, 가치라는 단어의 의미도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책에 제 네 가지 경험을 모두 담으려고 했습니다.
운용을 하면서 돈을 직접 굴려봤고,
리서치를 하면서 세상을 분석했고,
교육을 하면서 투자자가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배웠고,
사업을 하면서 기업이 어떻게 가치를 만드는지 경험했습니다.
아마 이 네 가지 경험 가운데 하나를 가진 사람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운 좋게도 네 자리를 모두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한 권에 정리했습니다.
결국 『21세기 투자법』은 ‘지금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주식을 오래 했지만 아직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설명하기 어려운 분,
AI라는 거대한 변화가 느껴지지만 무엇을 봐야 할지 막막한 분,
매일 수많은 뉴스를 읽지만 어떤 뉴스가 정말 중요한지 헷갈리는 분,
앞으로 5년, 10년 동안 자신의 돈을 어떤 관점으로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쓴 책입니다.
책을 덮었을 때 하나의 종목보다 하나의 기준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좋은 기업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새로운 가치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AI 시대의 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그리고 세상이 바뀔 때 내 투자를 어떻게 다시 정렬할 것인가.
그 질문들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이 책의 목적입니다.
이번 7월 시장이 크게 흔들렸을 때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셨습니다.
저 역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런 경험이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그때 왜 샀는지.
왜 팔았는지.
무엇이 두려웠는지.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할 것인지.
그 기억은 머릿속에 남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시장이 찾아왔을 때 실수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같은 실수를 조금 덜 하게 만들어줍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산이란 결국 미래에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줄 수 있는 자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험 역시 훌륭한 자산입니다.
책의 에필로그를 쓰면서 저는 ‘예쁜 돌’이라는 표현을 떠올렸습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강세장도 오고 약세장도 옵니다.
환호할 때도 있고, 정말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든 순간도 옵니다.
그 순간들을 모두 피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입니다.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외면하지 않고,
그때의 감정과 판단을 오래 들여다보고,
그 경험에서 하나씩 배워나간다면 상처였던 경험이 언젠가는 하나의 ‘예쁜 돌’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투자가 어쩌면 예쁜 돌을 하나씩 모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슬프고, 기쁘고, 우울하고, 외롭고, 화가 나고, 때로는 환호했던 수많은 순간들.
그 경험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 됩니다.
저 역시 지난 20년 동안 그런 돌들을 많이 주웠습니다.
잘했던 투자도 있었고 실패했던 투자도 있었습니다.
운용도 했고, 분석도 했고, 사람들을 가르쳤고, 이제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들을 지난 5년 동안 하나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제 경험을 그대로 여러분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투자는 자신의 경험으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먼저 주워온 돌들을 보여드리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돌들을 보면서 여러분이 조금 덜 넘어지고,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20세기의 투자법을 제대로 배우되,
20세기의 투자자로 머물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을 단단히 붙잡고, 변하는 세상을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
그렇게 우리 모두가 21세기의 투자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투자하면서 만나게 될 수많은 기쁨과 슬픔이
언젠가 여러분만의 아름다운 ‘예쁜 돌’이 되어,
결국 더 단단하고 성공적인 투자자로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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