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뒷북이지만 솔라나 최근 디플레이션 거버넌스 투표 근황
최근 Solana에서 꽤 중요한 거버넌스 투표가 있었습니다. 사실상 SOL의 앞으로의 발행량과 인플레이션 정책을 실제 stake holder들이 결정한 첫 대형 거버넌스 이벤트에 가까운 투표였죠. 바로 SGP-0002: Double Disinflation 입니다.
본 안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1. Solana는 원래 매년 SOL을 새로 발행하지만, 그 inflation rate 자체가 매년 15%씩 감소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헌데 이 인플레이션이 좀 높은 편인지라 솔라나 가격이 내려갈때마다 사람들은 이 인플레이션을 좀 탓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2. 이번의 SGP-0002 제안은 이 감소 속도를 15% → 30%로 두 배 높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SOL의 최종 inflation rate인 1.5%에 더 빨리 도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3. 기존에는 약 2032년에 도달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안이 시행되면 약 2029년으로 앞당겨집니다. 결과적으로 향후 6년간 기존 계획보다 약 18.9M SOL이 덜 발행됩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논의는 다양하게 많이 논의되어 왔는데, 사실상 이게 통과되면 밸리데이터 수익이 내려가는 단기적인 결과를 낳는지라 번번히 실패했었죠. 근데 최근 인플레이션에 문제가 많다는 솔라나 여론도 있어서 이번에는 되겠거니 하고 꽤 희망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투표 통과에는 66.67%의 찬성이 필요한데, SGP-0002는 투표 기간 대부분 이 기준을 넘고 있었습니다. 종료 당일 오전에도 찬성률이 약 68.77%였습니다.
그 와중에 Figment, Everstake, P2P 같은 대형 staking provider들은 이미 NO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SOL inflation이 빨리 줄어드는거 싫다 이거죠. 사실 대형 밸리데이터가 솔라나의 장기적 운명에 관심이 있을리가 좀 만무하기도 해서 여기까지는 예상이 되었었습니다. (Everstake는 작은 validator의 수익성과 staking participation에 미칠 영향을 표면상 이유로 들었지만, 반대로 커뮤니티에서는 고객에게 위임받은 SOL로 staking 업체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도 강하게 나왔습니다.) 그래도 아직 결과적으로 찬성이 더 높았으니 잘 통과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드라마는 투표 종료 몇 시간 전부터 시작됩니다.
뜬금없이 Kraken 측의 대규모 stake가 NO로 투표를 던지면서, 오전까지 68%대였던 찬성률이 순식간에 약 65%까지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투표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도 안 되는 상황이었어서, 솔라나의 미래가 갑작스레 불분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대로 있으면 사실상 통과 실패죠.
남은 3시간동안 Solana 코어 커뮤니티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Helius의 Mert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validator, staking provider, institutions에 직접 연락하기 시작했고, X에서도 자신이 맡긴 SOL이 실제로 어떻게 투표되고 있는지 확인하라는 움직임이 커졌습니다. Mert는 특히 “조금 더 많은 staking yield를 받기 위해 19M SOL의 추가 발행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경제적으로 합리적인거냐”라며 NO를 던진 validator들의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밌던 부분은 Solana의 새로운 governance 구조의 활용이었습니다. 새로운 솔라나의 거버넌스 구조에서는 내가 SOL을 validator에게 스테이킹했다고 해서 내 정치적 의사까지 validator에게 완전히 넘겨주는 구조가 아닙니다. Delegator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validator의 표를 직접 override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투표에서는 JitoSOL 홀더들이 이 기능을 사용해 validator들의 표를 직접 override했습니다. (사후 분석에 따르면 이 표들이 없었다면 SGP-0002가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려 11.2M SOL이 validator의 기본 투표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wallet에서 직접 투표를 했고, YES에 대부분 투표했습니다.
그리고 막판에는 기관들도 움직였습니다.
Galaxy는 상당량을 Abstain으로 두고 있다가 마지막에 58% 이상을 YES로 이동시켰고, 마지막 한 시간 동안 전체적으로 약 15.77M SOL이 NO 또는 Abstain에서 YES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Kraken이었습니다. Kraken은 커뮤니티의 반응을 들은 뒤 결정을 다시 검토했고, 핵심인 Kraken 2 validator의 8.92M SOL 중 90.34%를 최종적으로 YES에 투표했습니다.
왜 의견을 바꿨는지도 꽤 강하게 X에 나타났는데, Mert는
“크라켄이 YES로 표를 바꿨다. 솔라나 유저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여줘서 고맙다." 라는 글을 썼고,
Kraken의 co-CEO Arjun는 “Custodians should be conduits, not voices.” 라는 포스팅을 올림으로써 Custodian이 고객 자산을 가지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아니라, 그 자산을 맡긴 사람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통로여야 한다 라는 메세지를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좀 감동...크라켄 다시 봄)
결국 SGP-0002 최종 결과는:
YES 67.001%
통과 기준은:
66.667%
차이는 겨우 0.334%p였습니다. 정말 간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투표 종료 70분 전만 해도 필요한 수준에서 58M SOL이 부족한 상태였는데, 마지막 한 시간 동안 Kraken, Galaxy, delegator override, 그리고 수많은 validator들의 표 이동이 겹치면서 결국 통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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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건은 단순히 디플레이션이 통과되었다는 것보다 그 과정이 더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Validator가 자기 입장을 내고,
staking provider와 SOL holder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delegator가 validator의 표를 override하고,
커뮤니티가 공개적으로 기관을 설득하고,
Kraken 같은 대형 custodian이 결국 커뮤니티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표를 바꿔서 결과마저 바뀌었습니다.
사실 Blockchain governance라는 게 보통은 투표율도 낮고, 결과가 사실상 미리 정해져 있거나, 몇몇 whale들의 형식적인 voting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는 정반대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투표는 Solana community가 실제로 살아 있고, 새로운 솔라나의 governance system이 실제로 governance처럼 작동했다는 꽤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