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뷰티 브랜드 비지니스...잡설
한국의 패션 브랜드 비지니스는 초기 스타트업처럼 사업을 시작해서 일정 궤도에 올려놓기는 좋다. 시설 투자가 크지 않으니 자본금 규모가 작아도 된다. 그리고 브랜드 시장은 완전 경쟁 시장이라 몸집이 큰 대기업이 있다고 이제 막 신생인 개인 기업이 못 들이밀 시장도 아니다. 그리고 요즘은 마케팅 방법도 다양해져서 초기 안착은 과거보다 쉬워졌다. 그런데 이 때부터 패션 기업들은 허들이 생긴다. 처음에 출발은 쉬웠더라도 매출 사이즈가 2천억원 정도가 되면 더 이상 성장하기가 아주 아주 어렵다. 왜냐하면 내수 인구가 5천만 밖에 안되는 작은 시장이기 떄문이다. 브랜드가 타겟하는 연령대, 성별 시장은 5천만 중에 1/n 규모일테니 2-3천억이면 웬만한데 다 입점하고 서울 수도권 매출은 이제 다 나오고 있는 셈이다. 자 그럼 그 때부터가 고민이다. 해외 진출을 하거나 해외에서 들어와서 사주거나, 아니면 서브 브랜드(sub brand)를 런칭한다. 그럼 또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온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브랜드가 2개가 되고 3개쯤 되면 이제 제일 처음 시작한 브랜드가 맛이 가기 시작한다.
이 모든 상황이 인구 5천만명의 작은 내수 시장이라는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그런데 ZARA 브랜드의 고향 스페인은 인구가 얼마였더라? 거기는 5천만명이 안되는데? ZARA의 경우는 좀 특이한게 거의 모든 의류 브랜드가 100% 외주 생산을 하는데 반해 ZARA는 매출의 과반 이상을 직접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원가와 재고 관리에서 그들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쌓일 수 있었다. 그리고 태생은 스페인이지만 섬나라 같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유럽의 많은 브랜드는 유럽 대륙이 애초에 하나의 시장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브랜드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ZARA처럼 이미 탄생한지 오래된(1975년생- 나랑 연배가 비슷하다!) 브랜드인 경우 시장 개척 시도가 다양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자국 이외의 지역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을 경우가 높다. 우리도 내가 어릴적부터 엄마께서 소재가 좋다고 하고 칭찬하시던, 그 옛날부터 있었던 코오롱스포츠 같은 브랜드는 중국에서 잘 팔리고 있다. 중국 매출이 지금 1조가 넘는다. 기사를 찾다 보면 제목부터 "50년 아웃도어 헤리티지..."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많이 검색된다. 중국에서 브랜드 운영을 직접 안하고 있을 뿐 우리도 해외에서 1조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브랜드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역사가 쌓인 브랜드는 2-3천억이 매출 사이즈가 허들이 되진 못한다.
결국은 지금 K-패션의 미약한 존재감은 작은 내수 시장, 짧은 브랜드 역사의 문화적, 지리적 원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아직은 그냥 짧고 굵게 존재하다 사라지는 여러 브랜드 중에 하나일 가능성일 뿐이다. 그래도 K-패션에 기대감을 접을 순 없다. 그 찬란한 시절이 오기 전에 무수히 많은 시도들이 계속되길 바랄 뿐이다.
ps. 1
이 글을 읽다보면 K-뷰티는 되는데 K-패션은 왜? 그런 생각이 들 법하다. 소자본으로 시작해서 초기 안착이 쉬운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 이후부터는 둘은 달라진다. 뷰티 제품은 원래 시장 자체가 훨씬 크다. 그리고 요새 대세인 K-뷰티는 한국 여성들의 화장법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면서 글로벌 유명세를 타게 된게 큰데, 우리나라 여성들이 5단계에서 10단계까지 바르는 화장법을 보고 2-3단계 화장을 하던 세계의 여성들이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2-3개만 쓰다가 10개를 쓰면? 당연히 시장이 2-3배 정도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패션은 2-3개 입다가 5-10개를 입는 구조가 될 수 없고 시즌별 제품이 뚜렷하므로 재고 위험이 큰 비지니스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회사들도 주로 남녀노소 모두를 타켓으로 하는 캐주얼 회사가 대부분이고 럭셔리 기업들도 패션은 그저 구색 맞추기용이지 힘을 쏟지 않는다.
ps. 2
이 글을 쓰게 된건 그냥 국내 패션 브랜드 기업들을 보다 답답해서...인데 우리도 유니클로는 못 되더라도 좀 비슷한 흉내라도 내는 기업이라도 나와줬으면...한국은 일본 인구 1.2억명의 40% 사이즈 인구 시장인데 시장이 작다고 해도 여러 시도들이 나와주고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사랑 받는 브랜드 하나쯤 나와서 시총 50조 이상되는 큰 기업이 나왔으면 좋겠다(유니클로의 패스트 리테일링 시총은 약 190조원)
1September 2, 2026 27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