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5사 통합, 단순 효율화 이상의 그림일까]
정부가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한국발전(가칭)’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공식적인 명분은 중복 기능 축소와 재생에너지 투자 역량 결집, 연료·정비자재 공동구매 등을 통한 효율성 개선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통합이 단순한 비용 효율화 이상의 그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한전에 가장 많은 자금이 필요한 곳은 발전보다는 송배전망입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송변전망 투자는 크게 늘어야 하는데, 국내 송전·변전·배전망은 기본적으로 한전 본체가 소유하고 투자하는 구조입니다.
최근 전력망 특별법 개정으로 민간사업자도 국가기간 전력망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민간이 전력망을 건설한 뒤 한전에 양도하는 BT(Build-Transfer) 방식입니다. 민간 자본을 활용해 초기 건설 속도를 높일 수는 있어도, 결국 완성된 전력망을 한전이 인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전의 자금 부담이 사라지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래서 발전 5사를 하나로 묶는 과정이 향후 통합 발전사의 상장이나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 옵션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발전 자회사 상장은 추진된 적이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계획은 좌초됐지만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가 발전 5사 통합 이후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은 아니며, 현재로서는 전적으로 제 기대와 시나리오에 가깝습니다.
다만 발전 5사 통합 → 통합 발전사 상장 또는 일부 지분 매각 → 구주매출을 통한 현금 확보 → 한전 송변전망 투자 재원 확충이라는 그림이 가능하다면 꽤 흥미롭습니다.
특히 전력망 특별법 개정으로 민간 개발까지 허용된 상황에서, 한전의 자금조달 여력이 개선된다면 국내 전력망 투자의 병목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로 여러 프로젝트가 병행 추진되고, 한전의 투자 재원까지 보강된다면 전력기기 업체 입장에서는 제품 발주 속도와 물량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또 발주처가 기존 한전 중심에서 민간사업자로 다변화될 경우, 제한된 변압기·차단기·전선 공급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한전 중심 조달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됐던 국내 제품 판가의 정상화와 ASP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익성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는 북미향 매출 비중이었습니다. 하지만 향후에는 민간 전력망 개발 확대 + 한전의 자금조달 여력 개선 + 송변전 투자 가속화가 맞물리면서, 내수 전력망 투자 역시 생각보다 중요한 실적 변수로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Forwarded from[미래에셋 유틸리티/전력기기]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