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 2026년 9월 4일
1.승부가 갈리기 시작했다
호르무즈를 서로 조이며 미국과 이란은 각각 상대가 먼저 지칠 것이라 봤지만, 흐름은 테헤란에 불리하다. 6개월 전 이란은 해협을 닫아 세계 원유 공급의 5분의 1을 묶었으나 세계적 경제위기도 트럼프의 조기 종전도 끌어내지 못했다. 미 해군 봉쇄로 이란은 7월 이후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한 방울도 실어내지 못한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에도 걸프 아랍 국가들의 원유를 상당량 해협 밖으로 빼내며 유가가 임계 수준 위로 치솟는 것을 막았다. 해상정보업체 탱커트래커스 측은 이란의 봉쇄가 미국 것보다 훨씬 헐겁다고 평가했다.
2.숫자로 본 유출량
최근 28일간 하루 평균 약 500만 배럴이 호르무즈를 빠져나갔고 이란산은 사실상 없다. 오만만 항구를 통한 250만 배럴을 더하면 전쟁 전 흐름의 40%를 넘는다. 공방은 아직 수위가 조절돼 있다. 이란은 유조선과 바레인·쿠웨이트·요르단 미군 기지를 때렸지만 이스라엘·사우디·UAE는 건드리지 않았고, 미국도 4월 전면전 종료 후 이란 도시나 지도부를 타격하지 않았다. 그 사이 이란은 미사일 생산 기반을 복구했다.
3.유가 100달러 아래, 중국이 완충재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밑돈다. 중국이 비축유를 풀고 수입을 줄인 덕이다. LNG·비료도 걸프에 묶이며 대체 출구가 없는 카타르·쿠웨이트·이라크·바레인 경제가 함께 질식하고 있다. 한 걸프 고위 당국자는 시간이 어느 쪽에도 유리하지 않지만 경제난에 몰린 이란 쪽 시계가 더 빠르다고 말했다. 미국의 시계는 경제보다 정치와 여론의 문제라는 것이다.
4. '5개월 버티기'의 시한
4월 시행된 봉쇄는 재개방 합의가 단명한 뒤 7월 재개됐다. 당시 이란은 5개월은 버틴다고 봤고 그 시점이 코앞이다. 리알화는 절하되고 휘발유 부족은 일상이 됐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제재가 효과 없다는 주장에 할 말이 없다며 교역이 25~35% 줄었다고 밝혔다. 그와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협상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5.실권은 혁명수비대에
2월 미 공습으로 부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본인도 부상한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은신 중이어서, 실권은 혁명수비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자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 바히디 사령관 등은 이 전쟁을 생존전으로 보고 있어 경제적 고통에 흔들릴 가능성이 낮다. 부르스앤바자르재단 바트만겔리지는 경제 악화 자체가 의도된 전략일 수 있다고 봤다. 억압 역량이 유지되는 한 경제가 나빠질수록 대규모 동원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6.미 중간선거라는 변수
존스홉킨스대 나스르 교수는 이란의 선택지를 굴복과 확전으로 정리하며 후자를 유력하게 봤다. 압박을 더 가한 뒤 협상하면 양보 폭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란은 1980년 미 대선 때 인질 석방을 레이건 당선 이후로 미룬 전례가 있다. 2월 자국 지도부를 제거한 트럼프에게 11월 중간선거 직전 유가를 낮춰 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유럽외교협회 게란메이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대가를 치르게 하자는 것이 테헤란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7.다만 예측은 금물
전 미 정보당국 이란 담당 책임자 노먼 룰은 무바라크, 벤 알리, 차우셰스쿠, 소련을 들며 예측에 신중하라고 경고했다. 붕괴 여부를 확신하는 사람은 다음 주 복권 번호부터 맞혀 보라는 것이다. 미군이 봉쇄를 몇 달 더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https://www.wsj.com/world/middle-east/time-is-no-longer-on-irans-side-in-the-battle-of-the-blockades-e47b657d?st=GrMpq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