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몰디브 경유해 서방 제재 우회…항공부품·전자장비 반입
러시아가 서방의 수출 통제를 피해 몰디브를 중간 경유지로 활용하면서 항공기 부품과 전자장비 등을 자국으로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몰디브의 물류망과 상대적으로 느슨한 통관 체계가 러시아의 새로운 제재 우회 통로로 활용되는 모습.
핵심 거점은 수도 말레의 벨라나 국제공항임. 러시아 화물항공사 아에로플로트 항공편이 몰디브에 도착하면 미국·유럽·중국산 제품이 현지에서 통관된 뒤 다시 모스크바행 항공기에 실리는 방식. 러시아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시간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짐.
몰디브와 러시아의 교역 규모도 급증함. 2022년 러시아의 몰디브산 수입액은 약 7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증해 현재 연간 약 6억3,000만 달러 규모로 확대됨. 몰디브 자체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이 제3국 제품의 재수출인 것으로 분석됨.
실제로 몰디브를 거쳐 러시아로 이동한 품목에는 민간 항공기용 부품뿐 아니라 미사일 유도 시스템, 광학장비, 위성 추적 장비, 군용 드론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부품도 포함됨. 2024년 러시아가 몰디브에서 수입한 제품 가운데 약 1억6,000만 달러가 제재 대상 또는 이중용도 품목으로 분류된 것으로 집계됨.
몰디브가 우회 경로로 부상한 배경에는 관광산업 구조도 있음. 연간 관광객이 200만 명을 넘고 러시아인이 두 번째로 큰 관광객 집단을 형성하면서 양국 간 항공편과 물류 연결망이 발달한 상태. 몰디브 정부는 관련 화물에 대한 물리적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서류 확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옴.
특히 일부 거래에서는 화물 운송장에 최종 목적지를 몰디브로 기재한 뒤 현지 도착 후 러시아행으로 다시 발송하는 방식이 사용됨. 이는 제재 대상 제품의 최종 사용처를 추적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임.
결국 몰디브 사례는 러시아가 기존 제재망의 허점을 이용해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줌. 미국과 유럽이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단속을 강화할수록 몰디브와 같은 소규모 환적 거점에 대한 감시와 제재 압박도 확대될 전망.
출처: Wall Street Journal (2026년 9월 2일)